임상영양사가 알려주는 병원 만성신부전 식사의 구성

병원식사

만성신부전 환자는 신장이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식사조절이 치료의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병원에서는 이들을 위한 ‘치료식’을 구성해 제공하며, 이는 단순히 싱겁게 먹는 수준을 넘어 매우 정교하게 조절된 식단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제공하는 신부전식은 일반적인 식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환자들은 종종 “너무 밍밍하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되냐","오히려 더 영양실조 걸리겠다"라며 의문을 갖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임상영양사의 시각에서 병원 만성신부전 식사의 구성 원칙과 실제 조리과정, 흔한 오해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나트륨과 단백질 제한

신부전 환자는 나트륨 배설이 어렵기 때문에 식사에서의 염분 조절이 매우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1일 나트륨 섭취량을 보통 2g 이하로 제한하며, 이를 위해 조리 시 소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거나, 간장을 물로 희석해 사용합니다. 환자들이 “싱겁다”고 느끼는 이유는 미각의 차이보다는 평소 섭취하던 염분량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나트륨은 단지 맛의 문제가 아니라 부종, 고혈압, 심부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조절되어야 하며, 이는 영양사가 매 끼니 단위로 점검하는 핵심 사항 중 하나입니다.병원에서의 식사가 너무 싱거워서 못먹을 정도로 느껴지셨다면, 평소 가정에서의 식사 간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만성신부전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량도 조절해야 합니다. 초기 신부전 환자에게는 저단백 식이를 적용하며,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kg당 0.6~0.8g 정도로 맞춥니다. 그러나 투석을 시작한 환자에게는 오히려 단백질 요구량이 증가하므로, 단백질을 제한하면 영양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습니다.

병원 식단은 환자의 질환 단계에 따라 달라지며, 계란 흰자, 순살 생선, 두부 등 체내에 불필요한 노폐물을 덜 남기는 단백질원 위주로 구성됩니다. 영양사는 매주 환자의 혈액검사를 보고 혈중 알부민, BUN, creatine, Na 수치를 바탕으로 식단을 조정합니다.

칼륨과 인 조절

칼륨은 심장 박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전해질이지만, 신부전 환자는 배출이 되지 않아 고칼륨혈증 위험이 큽니다. 병원 식단에서는 고칼륨 채소인 참나물, 시금치, 버섯, 고사리, 고구마, 바나나, 귤, 키위 등을 제외하고 제공합니다. 칼륨은 대부분의 자연식품에 들어있으므로 무조건 빼고 제공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칼륨이 조금 있는 식품을 사용 할 경우 물에 두시간 이상 담궈놓고, 삶아서 물에 헹구는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고칼륨혈증이 되면 근력약화, 피로감, 심장 박동 이상(부정맥), 구역질, 구토,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인 또한 주의해야 할 성분으로, 가공식품, 인산염 첨가 식품을 피하고 천연 식재료 위주로 식단을 구성합니다. 고인혈증이 되면 뼈질환 발생, 혈관석회화, 가려움증, 심혈관계 위험 증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인이 많이 들어있는 자연식품으로는 해산물, 내장류(소간), 치즈, 견과류, 잡곡류 등이 있습니다.

칼륨이나 인은 많은 식품에 들어있기 때문에 환자들에게는 식품을‘좋다/나쁘다’로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어떻게 조리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담 때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의료진, 조리팀과의 협업

임상영양사는 식단을 짜는 데서 그치지 않고,의료진과 협업하여 처방식사를 관리하고 조리팀과 직접 협업하여 재료와 조리방법을 공유합니다.

우선 매일 아침 신선한 식재료가 제공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또 위생적인 부분을 위해 식재료의 세척이나 식기류의 세척도 확인하게 됩니다. 조리법에 있어서는 칼륨이 많은 식재료는 물을 자주 갈아가며 우려낸 뒤 간은 최소화합니다.

만성신부전 식사는 나트륨의 허용 양이 작기 때문에 반찬들에 간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신 추가로 허용양 만큼의 소금을 제공하여 먹기 직전에 뿌려서, 혹은 찍어드시라고 교육합니다. 뜨거울때 간을 하는 것 보다 식고 난 뒤에 간을 하게되면 같은 소금양을 쓰더라도 좀 더 짠맛을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리법을 지키는지 확인 하기 위해 영양사는 조리 현장에 수시로 들어가게 됩니다.

레시피가 지켜지는지를 확인하고, 간혹 환자 개별 요청에 따라 맞춤 조리도 진행합니다.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강한 기호도 차이가 있을 경우 반영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협업 덕분에 치료 목적은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먹기 좋은 식사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식사는 단순히 한끼 떼운다는 개념이 아니라 병원의 치료식은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료'의 개념입니다.

결론

병원에서 제공되는 만성신부전 식사는 단순히 “싱겁고 제한적인 음식”이 아닙니다.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식사입니다. 따라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임상영양사는 환자와의 상담과 진료기록지 등을 참고하여 혈액검사 결과, 식습관, 식욕 상태까지 고려해 최적의 식단을 구성합니다. 만약 입원 중 식사에 의문이 생긴다면, 영양사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식사 방향을 함께 조정해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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